[한국아파트신문] [사설] 처벌 만능주의보다, 실효성 있는 관리환경 조성이 먼저다

작성일 :
2026-05-28 11:50:18
최종수정일 :
2026-05-28 11:50:18
작성자
경영지원실
조회수 :
33

[사설] 처벌 만능주의보다, 실효성 있는 관리환경 조성이 먼저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공동주택 관리비 제도개선 방안’은 관리비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국토부는 발표 서두에서 “공동주택은 제도 미비로 인한 관리비 전가나 담합 우려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으나, 현장에서 입주자대표회의?관리주체의 비리 등으로 인해 관리비 인상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택관리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재산상 손해를 끼치거나 금품수수 등 부당이득을 취한 경우 기존 자격정지 수준을 넘어 자격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강도 높은 방침을 제시했다. 여기에 회계감사 확대, 수의계약 제한 강화, 관리비 공개 확대, 처벌 규정 강화까지 더해지며 정부가 공동주택 관리체계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발표된 만큼 정치적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노린 정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모든 책임을 주택관리사인 관리사무소장 개인에게 집중시키는 전형적인 ‘처벌 중심 행정’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공동주택 관리현장은 단순한 행정업무 공간이 아니다. 수백, 수천 세대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입대의와 각종 민원, 공사업체, 용역업체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활현장이다.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 상당수는 개인의 탐욕보다 입대의 일부의 부당한 압박, 특정 업체와의 유착 요구, 지역 민원 세력 개입 등 구조적 외압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제도개선안은 그러한 외부 영향 구조는 외면한 채 주택관리사인 관리사무소장만을 직접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특히 자격취소를 통한 사실상 영구 퇴출 제도는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횡령과 금품수수 같은 고의적 비리는 엄벌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법령과 지침 해석 차이, 복잡한 행정절차 착오, 현실과 맞지 않는 규정 적용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사업자 선정지침만 하더라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단순 실무상 오류나 판단 착오까지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면, 누가 현장에서 적극적이고 책임 있게 일할 수 있겠는가.

더 우려되는 것은 처벌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리비 집행 과정에서의 경미한 절차 위반, 서류 보존 미흡, 공고 방식 오류, 회계처리 착오 등까지 감사와 조사 대상이 되고 있으며,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이 동시에 진행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기에 입찰 관련 제한 강화와 각종 신고 의무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의 부담은 이미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 이제는 관리업무보다 감사 대응과 민원 방어가 더 중요해졌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정부는 감시와 처벌 강화를 강조하지만, 정작 현장을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투명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이 아니라, 비리가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의 표준화된 감사기준 공시, 온?오프라인 공사?용역 적정가격 공공자문 시스템 구축, 표준계약서 확대, AI 기반 회계 검증 시스템 도입, K-apt 입찰 자동 검증 시스템 구축 등 실질적 예방 대책은 왜 후순위로 밀려나는가. 현장은 여전히 수많은 민원과 행정업무를 사람의 경험과 판단에 의존하고 있는데 정부는 지원보다 처벌 카드부터 꺼내 들고 있다.

수의계약 제한 강화 역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공동주택은 엘리베이터 고장, 누수, 전기설비 이상, 소방시설 문제 등 긴급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공간이다. 모든 사안을 획일적으로 경쟁입찰 중심으로 몰아가면 행정은 마비되고 대응 속도는 늦어진다. 결국 그 피해는 입주민 안전과 불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투명성 확보도 중요하지만 공동주택 관리의 특수성과 긴급성 또한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전문 인력 이탈 가능성이다. 이미 공동주택 관리현장은 과도한 민원과 갑질, 낮은 사회적 인식, 무거운 책임 부담으로 인해 젊은 인력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작은 실수 하나로 형사처벌과 자격취소까지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가 더해진다면 누가 이 직업을 선택하려 하겠는가. 결국 현장은 책임 회피와 방어 행정만 남게 되고, 이는 공동주택 관리 품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입주민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동주택 관리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투명성은 공포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현장을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바라보는 시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비리의 원인이 되는 외압 구조를 개선하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하고 명확한 제도를 만들며, 실질적인 행정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다.

처벌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 진정한 개혁은 사람을 옥죄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시스템과 공정한 환경을 만드는 데서 출발한다. 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처벌 강화가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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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6-01-29 13: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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