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돋보기] 입주민, 갑질하면 과태료낸다 ②
지난 회(10월11일)에서는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동주택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각종 개정 내용 등을 알아봤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개정안 통과에 따라 이어지고 있는 후속 조치와 공동주택 갑질 현황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10월 8일,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근로자에 대한 갑질을 금지하기 위해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공동주택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사항을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다음달 17일까지 의견제출 기간을 거쳐 이르면 오는 12월 말 공포·시행될 예정입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시·도지사가 정하는 관리규약 준칙 및 해당 공동주택 단지 관리규약에 ‘공동주택 내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의 금지 및 발생 시 조치사항’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도지사는 법 시행령 공포 후 3개월 이내에 공동주택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 금지, 신고방법, 피해자 보호조치, 신고를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관리규약 준칙을 정해야 하며, 각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는 법 시행령 공포 후 4개월 이내에 관리규약을 개정해야 합니다. ‘공동주택 관리규약’이란 공동주택의 입주자 등이 정하는 자치규약을 말하며, 시·도지사는 그 관리규약의 준거가 되는 ‘관리규약 준칙’을 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처럼 공동주택 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법령 등이 개정되고 있음에도 정작 공동주택의 현실은 아직 제자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를 맞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의원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동주택 내에서 폭언, 모욕, 협박, 폭행 등 다양한 갑질이 여전히 난무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25일부터 ‘공동주택 갑질 특별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지방경찰청에 의하면 10월6일까지 신고·접수된 현황은 총 85건이었습니다. 이 중 상담종결 이외에 접수된 사건은 62건이었으며, 범죄유형으로는 모욕 4건, 폭력ㆍ협박 30건, 강요 10건, 업무방해 14건, 기타 4건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서울 강북구 모 아파트 경비원이었던 고(故) 최희석 씨가 입주민의 폭언·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5월10일 이후에도 아파트 내 갑질이 끊이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반복되고 있던 셈입니다.
이밖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영 의원이 주택관리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입주민에게 폭언 및 폭행을 당한 건수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3065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피해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폭언 1471건, 주취폭언 1384건, 협박 130건, 주취폭행 72건, 폭행 69건으로 집계됐으며, 흉기협박도 25건이나 일어나 사안의 심각성을 드러냈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인천의 한 아파트 남성 입주자 대표가 여성 관리소장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주택관리사들은 정부 등에 제대로 된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입니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관리사무소장을 무참하게 살해한 동대표를 엄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련 법을 제정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인은 “선량한 관리사무소장을 무참히 살해한 입주자대표를 엄벌하고 다시는 이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 국민의 70% 이상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의 관리제도를 다시 한번 살펴봐 달라”며 “일부 잘못된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민의 무한 권력·갑질을 막아 관리소장이 전문가로서 다수의 선량한 입주민을 위해 소신 있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적었습니다.
황장전 대한주택관리사협회장도 성명서를 내고 협회 차원에서의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황 회장은 “갑질철폐를 외치기 시작한 지 3년여가 지나가고 있음에도 정부나 각계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열악한 주택관리현장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사건”이라며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주택관리현장의 어려움과 고충을 알림과 동시에 법령을 개정해서라도 반드시 이런 일들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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