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파트신문] "기계설비 성능점검 年 1회 과도…他법령 중복 점검도 문제"

작성일 :
2026-01-28 10:16:22
최종수정일 :
2026-01-28 10:16:48
작성자
경영지원실
조회수 :
76

[기획] 기계설비법 제도 개선 모색 (2) 성능점검 실효성 논란
"주요 시설물 점검?장기수선계획 조정 주기인 3년이 합리적"
비용 100만~500만원 천차만별…"시장 혼탁해져" 비판도
"단지 규모?설비 노후도?보유 현황 따른 차등 시스템 도입을"

 

 

경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A씨는 최근 기계설비 성능점검 업체 선정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인근 단지들을 확인해보니 규모가 비슷한데도 점검 비용이 10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A소장은 “명확한 단가 기준도 없어 적정 가격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이런 골치 아픈 일을 매년 반복해야 하는 것도 부담인데 막상 큰돈 들여 점검을 마쳐도 정작 무엇이 달라지는지 체감하기 어렵다고 하니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점검 너무 잦아?3년 1회가 적당”

기계설비 성능점검은 건축물에 설치된 냉난방, 환기, 급수·급탕 등 기계설비의 안전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2020년 시행된 기계설비법에 근거하며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 소유자나 관리주체는 매년 전문 역량을 갖춘 점검업체를 통해 설비의 성능을 측정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300세대 이상이면 의무 대상이다. 점검하지 않거나 기준을 위반할 경우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점검은 당초 에너지 절감과 설비 수명 연장을 목적으로 도입됐으나 아파트 현장에서는 도입 취지와 무관한 ‘규제’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현장에서 가장 거세게 일어나는 비판은 연 1회로 규정된 ‘가혹한 점검 주기’와 ‘중복 점검’이다. 현재 공동주택에 적용되는 각종 법정 점검 중 승강기 등 주요 시설물의 정기 점검 주기는 보통 3년이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관계자는 “공동주택은 이미 다른 법령에 의해 보일러나 냉동기 등에 대한 개별 점검을 철저히 받고 있다”며 “여기에 성능점검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항목을 매년 다시 점검하게 하는 것은 명백한 중복 규제이자 행정력 낭비”라고 강조했다.

성능점검이 장기수선계획과 따로 노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상 아파트의 주요 시설물을 언제 교체하고 보수할지 결정하는 장기수선계획은 3년마다 검토 및 조정된다. 기계설비도 장기수선계획의 주요 수선 대상에 포함된다. 강은택 대주관 정책제도실장은 “기계설비 성능점검의 목적이 결국 노후 설비의 상태를 진단해 교체나 보수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라면 이 주기를 장기수선계획과 맞춰 ‘3년에 1회 이상’하도록 완화하는 것이 지극히 합리적이고 관리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허위 보고로 실효성 더 떨어져”

점검 내용의 실효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충남 모 아파트의 B동대표는 “성능점검 모습을 지켜봤는데 업체 측에서 한 명이 와서 쓱 훑고 갔다”며 “이런 점검에 수백만 원을 지급하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제도 설계 당시 큼직한 빌딩이나 산업용 설비를 염두에 둔 탓에 아파트 단지에는 점검할 기계가 마땅치 않아 공용 화장실 변기나 세면대까지 점검 대상에 넣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개별난방 단지의 경우 특별한 기계설비가 거의 없음에도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기도 한다는 것.

이러한 제도의 허점으로 시장은 혼탁해져 간다는 불평이 나온다. 기계설비 성능점검업 및 위탁관리업을 하고 있는 심재영 에스티에스텍 회장은 현재 시장을 난장판으로 비유하고 “과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대에 달했던 비용이 최근 100만 원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면서 “기술 혁신이나 비용 현실화가 아니라 사실상 허위 점검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다. 전용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한 장 찍어 올리면 보고서가 자동 생성되는 방식을 악용해 실제 측정 없이 수량만 입력함으로써 인건비를 아끼는 ‘덤핑 수주’가 성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 회장은 “제도 자체는 좋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관리주체가 단순히 가격만 따질 것이 아니라 투입된 인원이 실제 기술자인지 확인하고 작업 일지를 검토하는 등 감시 역할만 제대로 해도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의 한 공동주택 관계자는 “최근 국토부가 내놓은 기계설비 제도 관련 기본계획을 봐도 관리현장의 목소리는 외면당한 것 같다”며 “단지 규모와 설비 노후도, 설비 보유에 따른 차등 점검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실무적인 유연성을 확보해야 제도가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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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일
2026-01-29 13: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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